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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리포트]-수정 중 뇌전증 얻은 아이. "백신은 안전한가?"

황희정 | 입력 : 2017/12/22 [03:30]


 

 

 “유미야, 유미야 엄마에게 한 떨기 꽃 같은 유미야, 어서 빨리 나으렴”

 

“응애~ 응애”

이제 갓 옹알이를 시작한 포동포동 제법 살집이 오른 유미는 백신을 맞고 집에 온 이후부터 열이 끓어오른다.

“애가 왜 이렇게 깜짝 깜짝 놀라지?”

“아이가 아파서 놀랐나보다”라며 이런 저런 스치는 잡념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고난을 예기하는 운명의 날이었던 것이다.

 

2012년 9월 12일

충북 청주에서 살고 있는 유미의 엄마 정선미씨(당시 33)는 3.54Kg의건강하고 예쁜 둘째 딸을 얻었다.

“아이구~ 누굴 닮아서 이리 통실통실 예쁘노~”

선선한 가을 바람, 꽃 봉오리 겨우 티우며 올라온 한 떨기 하이얀 코스모스 같은 딸 아이는 가족들의 사랑과 축복을 온전히 받고 하루 하루 건강하게 커갔다.

정씨는 그 작고 앙증맞은 몸으로 뒤집기를 하며 온 세상을 눈에 담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면서 하루 종일 미소를 머금었다.

“음마”

벌써부터 대견하게도 아이는 엄마를 부르고 싶은 걸까?

포동 포동 뽀얀 얼굴로 옹알 옹알 엄마와 수다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또 성격은 얼마나 순한지...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건강하고 예쁜 딸 아이 7개월 유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수첩에 DPT, MMR, B형 간염, 폐구균 도장을 찍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예방 접종하는 항목이 왜 이리도 많은지...

병원에서는 세 가지 접종을 같이 하자고 했다.

“이 예방 접종이 과연 안전할까?” 하는 찝찝한 의심을 마음 한 켠에 품은 엄마는 의사에게 부작용은 없는지 세 개나 같이 맞아도 괜찮은지 다시 한 번 되묻는다.

 

 유난히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2013년 3월 21일 새벽. 바로 백신 주사를 맞은 날이다.

작디 작은 아이는 끓어오르는 열에 고통스러워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잠시 후 ‘움찔’ 아이가 깜짝 깜짝 놀라는 행동을 반복 한다. 그런 행동이 ‘경련’일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엄마는 어두운 새벽 아이를 들쳐 업고 부리나케 응급실로 뛰었다.

그 뽀얀 고사리 같은 손에 링거를 꽂고 어른도 힘든 척수액 검사와 MRI, 뇌파 검사 등 많은 검사를 했다.

입원 후에도 아이의 열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하루 열 번 이상 되는 경련에 항경련 주사를 맞고서야 겨우 아이는 지친 채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멀쩡한 아이가 예방접종을 한 이후 이렇게 되었어요. 이거 예방접종 부작용 아닌가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든 의료진들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어찌 그리 확신할 수 있는가?

“희귀 난치병이(드라벳증후군) 의심되니 유전자 검사를 해봅시다”

뇌전증 원인을 밝히기 위해 80만 원을 현금으로 내야하는 유전자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아이의 뇌전증을 일으킨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후 반 년이란 소중한 아이의 시간은 응급실과 눈물로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돌잔치 조차도 퇴원을 하고 바로 다음 날 부랴부랴 치렀으니 말이다.

‘그 때 경련이 없었다면, 예방접종을 맞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지금쯤 아장 아장 걸어 엄마의 품에 안길 텐데...’

정선미 씨가 아무리 후회한들 지나간 운명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축복받아야 할 아이의 돌잔치. 독하디 독한 6가지의 항경련제를 투약한 아이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눈이 풀리고 잘 앉지도, 서지도 못해 거의 누워서 그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 돌사진에서 조차 눈이 풀려 있는 아이를 보며 기뻐야 할 돌잔치는 눈물과 후회로 물들어 버렸다.

 

아이가 15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아이가 약에 적응한 건지 조금씩 눈빛에는 생기가 어른거리고 예전 같진 않지만 활기도 조금씩 생기는 듯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걷질 못했다.

그 때부터 정씨네 가정은 재활 난민 생활을 시작한다.

 

아이의 하루는 치료에서 치료로 끝난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감통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등등...

비싼 입원비, 입원 생활비, 연간 치료비로 나가는 돈만 해도 남편의 연봉을 훨씬 넘어선다.

아이들과 함께 할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으로 그 동안 한 푼 한 푼 모았던 적금, 보험회사에서 지급된 얼마 되지 않는 보험금. 그것들은 아이의 치료비와 입원비로 너무나 허무하게 한 순간에 증발해 버렸다.

아이가 커가면서 치료를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지방의 사설센터를 돌고돌아 결국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겨우 자리가 나 그 곳에서 4주 간 입원 재활 치료를 받기로 했다.

결국 21개월 만에 아이는 걷기 시작했고 여섯 살인 지금도 휘청 거리며 걷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특수 체육만 꾸준히 시키고 있다.

 

보통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두 발로 점프하기.

여섯 살 되던 아이의 생일 날 엄마에게 선물을 주듯 아이는 휘청거리며 겨우 겨우 해내고야 말았다.

 

하지만 말문이 쉽사리 터지지 않는 아이는 언어치료, 운동치료, 감각치료로 아주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병원에서 어린이집을 권해 일반 어린이집을 2년 간 다녔지만 사회적으로 위축된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말도 오직 엄마에게만 하는 선택적 함구 증상을 보였다.

결국 언어장애 4급 진단을 받고 서울의 모 병원 재활의학과를 방문해 입원치료를 요청했지만 의사의 말은 얼음장처럼 냉철했다.

“이 아이는 어설프긴 하지만 걷지 않습니까? 치료받아야 할 아이들은 많고 병원은 한계가 있으니 더 중한 아이들을 위해 입원 치료를 포기합시다”

여러 군데 병원을 찾아갔으나 되돌아오는 말은 같았다.

결국 이 곳 저 곳을 수소문한 끝에 아이를 받아준다는 회당 4 ~ 5만 원씩 현금으로만 받는 사설 치료센터를 알게 되었고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  정선미씨는 절망하고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치료에 매달리며 아이의 컨디션을 항상 신경 쓰는데도 1년에 한 두 번, 길게는 3 ~ 4일씩 하루 열 번도 넘는 경련이 있었고 그 때마다 3개월 간 정성을 들였던 치료는 물거품이 될 만큼의 퇴행도 경험했다. 겨우 잘 걷는가 싶으면 또 못 걷고... 그러면서  정씨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크면 나아지겠지... 제발...”

 정선미 씨는 아이가 하루 빨리 커서 뇌전증이 사라지기만을 학수고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하게도 유미에게 아주 심한 경련 지속 상태가 왔다. 매 번 겪는 경련이지만 겪을 때마다 늘 엄마의 마음은 심하게 무너져 내린다.

의사는 주사제를 최강 상태로 투약하기 시작했고 약의 부작용인 호흡 정지가 잠깐씩 오기도 하여 기도 삽관까지 염두해야 했다.

정씨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신의 옆에 기도삽관 키트를 놓고 쪽잠을 잤다.

“아가야. 힘들면 그냥 놓아도 괜찮아”

엄마는 그 말 한마디를 뱉으며 가슴 속을 송곳으로 헤집어 놓는 것 같이 괴로웠지만 고통에 신음하며 금방이라도 내 손을 떠날 것 같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의 말이었다.

다행히도 엄마의 절실함을 깨달았는지 아이는 또 한 번 잘 이겨내 주었고 뇌전증 증세가 심한 아이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게 되었다.

 

산정 특례는 급여 항목의 10프로만 할인이 되는 것이나 아이가 맞는 주사제의 경우는 대부분 비급여 항목에 해당되었고 입원 시 하루 많게는 12만원 어치의 약을 투여했다. 즉, 혜택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뇌전증(간질) 장애의 판단 기준은 일상생활을 전혀 못하는 수준이어야 줄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청색증에 호흡곤란까지 오지만 그러한 경련이 1년 이내 얼마나 발생하는가에 따라 판단하므로 뇌전증(간질) 장애 진단을 받지 못했다.

 

퇴원을 하고 유미는 장애전담어린이집으로 등원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부분도 많이 좋아졌다.

여섯 살 유미는 여전히 인지가 3세 수준이라 또래 아이들과 소통은 힘들지만 많이 활발해지고 애교도 많아졌다.

결국 유미는 지적장애 2급 진단, 언어 4급, 지적 2급, 통합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거나 열이 나면 엄마 정선미 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최근에는 별다른 전조 증상 없이 경련을 하는 양상으로 바뀌면서 정선미 씨는 통잠을 자본적이 없다.

한 두시간 자다 혹시 열이 나진 않는지 이마를 짚어보고, 숨은 제대로 쉬는지 확인한 후 겨우 다시 잠든다.

 

정선미씨의 아픈 손가락은 또 있었다. 바로 첫째 아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의 경련을 지켜보고 같이 응급실에 다니다 보니 병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항상 첫 째 아이의 생일 쯤이면 입원을 하게 되어 아홉 번의 생일 중 다섯 번의 생일은 챙겨주질 못했다.

복지관의 장애아 형제자매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첫 째 아이의 감정의 반은 ‘화가 남’이라고 표현을 했다.

 

“둘째 아이의 예방접종 이전엔 정말 행복했고 평화로운 가정이었는데, 다른 문제는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정 씨는 많은 부작용 사례들을 보면서 예방 접종 이후로 이렇게 되었다고 의심만 할 뿐이었고 더욱 좌절했던 것은 누구도 인정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접종했던 의사도,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교수도, 지방 병원의 교수도 예방접종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고만 하고 이상 반응 신고도 해보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상태가 중하지 않아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사설 치료실에 매달려야 하는 경계성 아이들도 많습니다. 접종 부작용, 약 부작용, 거기에 사설 센터에서만 받아 주는 아이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또 하나의 고통입니다“

정선미씨는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국가에선 장애 아동들을 위해 바우처를 지원합니다. 바우처 금액은 22만원. 거기에 소득에 따라 본인 부담금 6 ~ 8만원을 내면 실제 지원받는 돈은 15만 원 안팎이지요. 저희 지역 사설센터의 치료비는 30분 당 4만 원입니다. 그럼 네 번의 치료만 지원 받는 셈입니다. 언어, 인지, 운동, 감각통합 등 모든 치료를 1회씩 하게 된다면 일주일 금액을 지원받는 금액 정도지요. 일주일에 20만 원. 4주면 80만 원입니다. 웬만한 월급쟁이들은 이 정도 치료에도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 아동 부모들은 치료비에 발을 동동 구릅니다. 빚을 내서라도 치료해야 합니다.”

 

정씨는 장애아동들이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사설센터의 과한 치료비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이 상황에 울분을 토했다.

  “뇌전증 환아들이 이 질환을 이겨내려면 약과의 싸움도 있지만 재활과의 싸움이 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일을 해서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나 적정한 치료비 등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부디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백신의 안전성과 부작용과 관련하여 많은 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신 의무접종을 거부하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단체도 등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에는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예방접종을 받고 나서 간질 발작 등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예방접종을 장애의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백신 #장애 #뇌전증 #간질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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