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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⓶] 식민지지배 및 권위주의의 잔재

사법 및 검찰개혁

위정량 | 입력 : 2018/03/13 [03:23]

 

▲ civilpost 논설위원     ©위정량

[최자영 기고]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자문위원장

 

일본제국이 우리나라에서 물러 간지가 반세기가 넘었건만, 여전히 그 잔재가 통치구조 곳곳에 잔재해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검찰과 사법기관에 남아있는 비민주적 권위주의는 심각하다. 그 한 예가 헌법 제 103조의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란 독소조항이며, 이것은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와 어울려서 법관과 검사의 권력을 천정부지의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

  

독일 기본법 제20조 3항에는 ‘양심’이나 ‘독립’ 운운하는 것이 없고 정확하게 법관은 “법(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이 기초로 삼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102조에도 ‘법관은 독립으로서 다만 법률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이 때 법관의 독립이란 다만 법률에 따른 것일 뿐, 기준도 모호한 양심과는 전혀 무관하다.

 

원래 우리 헌법 103조의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에서 말하는 ‘양심’이나 ‘독립’은 다른 권력이나 기관에 의해서 부당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기준도 없이 마음대로 재판하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법원은 ‘독립’이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를 두어서 종종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법관이 자의적으로 판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법조계는 ‘부당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의 참뜻을 외면하여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하지 못하고 오히려 힘없는 국민을 우롱하고 판결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수단으로 전락시켜왔다. 또 ‘양심’의 독소조항은 법관이 증거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판결하는 근거가 되어 왔다.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은 확대 재생산되어 민사소송법 202조 및 형사소송법 308조 등에서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법관에게 주어진 이런 재량권은 정보비공개 관행과 함께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와 맞물려 한국 법조계를 더욱 부패와 불공정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한 예로, 법원자체의 감찰기구인 <법관징계위원회>가 헌법 103조를 거꾸로 해석하는 데 앞장을 서서 판결의 부당성에 관련한 민원에 대해 그 판결의 정당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헌법 제103조에 의거하여 독립하여 재판한다”는 구실 만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이와 같은 법조계의 행태는 조선조 후기 이래 강화되어온 봉건적 권위주의, 식민지 지배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이런 자의적 판결 가능성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도적으로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에는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고, 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1항에도 재판을 거친 사안의 진정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헌재 판례에서 증명되듯이, 헌법재판소는 한편으로 ‘정의의 궁극적 실현은 불가능한 것’으로 포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국가기관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예단하면서, 그 국가기관들이 어떻게 잘못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원천적으로 검증할 의사가 없다.

 

또 헌법재판소는 공정한 재판보다는 오히려 “분쟁 또는 인권침해의 해결과정이 무한정 반복되고 지연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헌법 제27조 3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을 뿐, ‘공정’이 아예 누락되고 있다. ‘분쟁이 끝없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염려와 ‘신속 (빨리)’의 가치관은 ‘불공정한 재판’을 끝없이 묵인하고 조장해 왔다. 그러나 신속하기만 하고 불공정한 재판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오히려 신속성보다 공정성이 우선해야 한다.

 

법관과 법원의 판결을 우상시하는 것은 바로 식민지 지배나 유신독재 및 군사독재의 결과물이다. 법관이나 검사도 겸손해져야 하며, 그에 대한 민중의 감시와 견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검사들의 기소편의주의 및 기소독점권을 배제하고 기소법정주의 및 시민에 의한 기소배심주의(대배심제) 혹은 사인(私人)의 기소권을 법률로서 정할 필요가 있다. 또 헌법 제103조에 양심에 따라서 재판한다는 독소조항을 없애고 법관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재판하도록 해야 하겠다.

 

요즈음 대법원장 양모씨가 박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등의 영향 아래 법관을 사찰 및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책임을 대법원장 개인의 것으로 환원하고 나머지 법관은 부당한 권력의 희생양으로만 보게 된다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게 된다. 이 사건은 청와대나 대법원장이 아니라 사법구조 자체가 권력 앞에 갖는 취약성으로, 또 대법원장 뿐 아니라 모든 사법계 판사 및 관료의 자의적 재판관행에 관한 것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2016년도에 발표된 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사법신뢰도는 34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인 33위에 머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사법권력에 대한 감시, 잘못된 판결에 대한 철저한 검증제도 및 시민 자신이 사법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심제도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한 때이다.

 

[ 필자 학력 및 경력, 연구 저서와 역서에 관하여]

최자영(崔滋英)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자문위원장은 경북대학교 문리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학위(1979)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1986)했다. 그리스 국가장학생으로 이와니나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고고학과에서 「고대 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의회」로 역사고고학 박사학위(1991)를 받았고, 다시 이와니나 대학교 의학대학 보건학부에서 의학박사학위(2016)를 취득했다.

 

경력으로는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2010-2017), 한국의 그리스, 로마사, 오리엔트사 분야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의 학회장(2016-2017)을 역임했으며, 현재 ATINER (Athenian Institute for Education and Research: 아테네 소재 연구소)의 역사부 부장으로 있다. 

 연구 저서로 『고대 아테네 정치제도사』(신서원, 1995)[문화체육부 역사부문 우수도서], 『그리스 문화와 기독교』(신서원, 2004), 『고대 그리스 법제사』(아카넷, 2007 [대우학술총서 588 :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역사부문 우수도서]),

 

공동 편저(Jayoung Che &Papas, C. J. Nicholas ed.)로 The Traditional Mediterranean: Essays from the Ancient to the Early Modern Era (Co-sponsored by Athens : ATINER. &IMS(BUFS), 2011)가 있다.

 

역서로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송원, 1995),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국가제도> 등을 번역한 『고대 그리스 정치사 사료』[공역](신서원, 2003), 기원전 4세기 변론가 이사이오스의 법정 변론문 『변론』(안티쿠스, 2011), 『헬레니카』 크세노폰 (아카넷, 2012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09]), 그 외 그리스의 저명한 현대 문학가 안토니스 사마라키스의 작품을 번역한 『손톱자국』(그림글자, 2006), 논문으로는 “아렌트와 소렐의 폭력론 비판: 대안으로서의 고대 그리스 시민사회”[서양고대사연구 45 (2016)], “한국 시민 사회 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국가와 시민 간 ‘무기의 불평등’”(공저)[한국민족문화 65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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