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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자영 교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피해자에게 ‘가서 고소하세요’라고 할 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위정량 | 입력 : 2018/04/14 [23:15]

 

▲ civilpost 논설위원     ©위정량 기자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직접 민주정치는 국가의 군대·경찰 같은 것이 없었다.

 

외적이 쳐들어오면 농사를 짓던 시민이 직접 무기를 들고 나가서 싸우고 범죄자가 있으면 피해자 등이 집적 잡아서 관리에게 인도하거나, 그가 있는 곳을 알려 잡아가도록 신고했다. 시민이 직접 민회에 참석하여 정책을 결정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체제에서는 국가가 시민들로부터 조직적인 세수제도가 없었다. 시민이 평소에 국가에 대해 세금을 내는 제도가 없었고, 다만 일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이 직접 갹출해 충당했다. 그러니 고대 그리스의 국가라는 것은 공권력이랄 것이 따로 없고 시민들이 주체가 된다.

 

그러나 근현대 국가는 국민(시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고, 그 대신 군대나 경찰을 두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를 진다. 특히 형사 사건은 사적인 것이 아니고 공적인 범죄이므로 개인의 고소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돈 없고 지식 없는 사람은 억울한 처지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소문을 듣고 법률구조공단에 가서 상의를 하는데 형사사건인 경우에도 법률구조공단에서는 피해자에게 가서 고소하세요라고 할 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입장은 형사사건의 경우도 개인의 고소를 전제로 하여비로소 수사가 진행된다는 원리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겠고, 이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형법 범죄로부터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증거가 희박한 경우는 제외한다 하더라도 범죄의 증거가 강력하고 그 범죄의 정황이 농후하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에는 경찰에 직접 고지하여 바로 수사가 들어가도록 조치함으로써,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는 동시에 범죄를 예방할 의무를 져야할 것이다. 형법상의 범죄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공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형법상 범죄의 정황이 농후한데도 외면한다면 범죄는 날로 창궐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런 고지의 의무는 법률구조공단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진 의무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법률구조공단이 국민을 상대로 상담해온 사건 중에서 이런 형법상의 조치를 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전체 상담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그런 조치를 한 적이 없거나 비중이 아주 약하다면 이는 국가가 돈 없고 무지하여 스스로 법적 정의를 구현하기 어려운 국민을 방기함을 뜻한다.

 

최자영(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확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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